2025.05.12 - [프로세스이노베이션] - 1편: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이란? - 디지털 시대의 업무 혁신
1990년대 경영 현장에서 한창 유행하던 장면을 떠올려봅시다. 컨설턴트들이 공장이나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고, 프로세스 흐름도를 벽에 붙여놓고 개선 회의를 하던 모습이죠. 전통적인 프로세스 혁신은 이렇듯 사람 주도의 분석과 통계에 기반한 기법들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반면, 최근 기업들은 **인공지능(AI)**과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소프트웨어 “로봇”을 앞세워 혁신을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PI 기법들과 오늘날의 PI 접근법은 어떻게 다를까요?
전통적 PI: BPR과 6시그마 중심의 개선
과거에 프로세스 혁신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과 **6시그마(Six Sigma)**입니다. BPR은 1990년대에 각광받은 방법론으로, 기존 프로세스를 백지 상태에서 근본적으로 재설계하여 획기적인 성과 향상을 노렸습니다. 당시 해머(Hammer) 박사의 표현을 빌리면 *“자동화할 것이 아니라, 폐기하고 완전히 새로 시작하라”*는 것이었지요. BPR 프로젝트들은 ERP 같은 새로운 IT 시스템 도입과 함께 이루어지곤 했는데, 기업의 핵심 프로세스를 전면 개편하는 만큼 위험 부담이 크고 조직 변화 관리가 중요했습니다. 실제로도 BPR 열풍 속에서 무리한 혁신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속출하여, *“프로세스 혁신의 70%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였습니다papers.ssrn.com.
한편 6시그마는 1980~90년대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탄생한 품질 혁신 방법론입니다. 시그마(σ)라는 통계 척도로 프로세스의 변동을 관리하여, 100만 개당 3.4개 이하의 결함만 발생하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요. 6시그마 프로젝트는 DMAIC(정의-측정-분석-개선-관리)라는 체계적인 절차를 따르고, 데이터에 기반한 결정과 통계 기법을 활용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GE, 모토로라 같은 기업에서 6시그마 도입으로 큰 성공을 거두자, 200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 기업들이 앞다투어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6시그마는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개선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BPR과 대비되며, 이후 린(Lean) 경영과 결합되어 린 6시그마로도 발전했습니다.
전통적인 PI 기법들은 이처럼 사람의 경험과 분석, 그리고 당시의 정보기술을 접목하여 업무 프로세스의 낭비를 제거하고 품질을 높이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다만 한계도 분명했는데요. BPR처럼 급진적 혁신은 성공하면 극적인 성과를 내지만 실패 확률이 높았고, 6시그마처럼 점진적 혁신은 꾸준한 개선을 이루지만 큰 환경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선안을 내기까지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현대적 PI: AI와 RPA 중심의 디지털 혁신
21세기에 들어 디지털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프로세스 혁신의 무기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는 사람이 컴퓨터로 하던 반복적인 업무를 소프트웨어 봇이 대신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빠르고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합니다jaenung.net. 예를 들어, 과거에는 직원이 여러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복사해 Excel로 정리했다면, 이제는 RPA 봇이 그 작업을 24시간 실수 없이 해내는 식입니다. RPA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도입 가능하고 가시적 효과를 빨리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금융, 제조, 공공기관 등 여러 분야에서 혁신 도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mois.go.kr. 반면, RPA는 기존 프로세스를 크게 손대지 않고도 부분 자동화를 실현하기에, 근본적인 프로세스 구조 개선보다는 국지적인 효율 향상에 그칠 위험도 있습니다. 따라서 RPA 도입 시에도 전체 프로세스를 보는 거시적인 시각이 필요합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은 프로세스 혁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머신러닝을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의사결정을 지원하거나, 자연어 처리 AI로 고객문의에 자동 응대하는 챗봇을 운영하는 등 AI는 업무 프로세스 곳곳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과거 사람의 판단에 의존하던 영역까지 AI가 보조 혹은 대체하면서, 프로세스 자체를 재구성할 기회가 생긴 것이지요. 예컨대 물류 회사에서는 AI로 배송 경로를 최적화하고, 병원에서는 AI로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진료 프로세스를 개선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프로세스 마이닝(Process Mining) 등 도구를 활용해 기업의 시스템 로그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함으로써,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한 병목이나 비효율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이런 기법들은 일종의 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프로세스 혁신을 가능케 해줍니다.
이처럼 현대적 PI는 기술 활용도 면에서 과거와 현저히 다릅니다.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한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함으로써, 과거 수개월 걸리던 프로세스 분석이 몇 주로 단축되고, 위험부담 큰 대규모 개편 대신 작은 단위의 자동화와 개선을 지속적으로 누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이퍼오토메이션(Hyperautomation)**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는데, 이는 AI, RPA, BPM 소프트웨어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업무 프로세스의 자동화를 극대화하려는 트렌드를 뜻합니다. 현대적 PI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변화 방식 | 급진적 개혁(큰 폭의 변화) 또는 장기적 지속 개선 | 지속적이고 유연한 개선의 누적 (애자일) |
주요 동력 | 사람의 분석, 통계적 방법론, 신규 IT 도입 (ERP 등) | 디지털 기술(AI, RPA, 데이터 분석)의 적극 활용 |
프로젝트 기간 | 비교적 장기간 (몇 달~몇 년 단위) | 비교적 단기간에 부분적 효과 달성 후 반복 확장 |
위험 및 비용 | 변화 범위가 넓어 위험과 초기비용 높음 | 작은 단위로 시작해 리스크 및 비용 분산 |
조직 문화 | 톱다운(top-down) 주도, 변화관리 어려움 | 현업 참여와 기술 활용 병행, 혁신 문화 조성 강조 |
실무적 시사점
과거와 현재의 PI 접근방식을 단순 비교한다고 해서 어느 한 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한 것은 아닙니다. 전통적 방법론에서 강조한 프로세스 관점의 경영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며, 현대적 기술들도 이러한 원칙 아래서 제대로 적용될 때 효과를 냅니다. 예를 들어, AI 도구를 도입하더라도 개선할 프로세스를 명확히 정의하고 목표를 수립하는 일은 인간의 몫입니다. 반대로, 전통적 PI도 최신 기술을 받아들여 발전하고 있습니다. **“RPA 기반 BPR”**이나 **“디지털 Lean 6시그마”**와 같은 표현이 나오는 것도 옛 기법과 신기술의 융합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과거의 교훈과 최신 도구를 적절히 결합하여 우리 조직에 맞는 최적의 혁신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요약하면, 전통적인 PI는 주로 사람과 프로세스 중심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현대적인 PI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빠르게 실행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두 접근법은 상충되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입니다. 다음 3편에서는 PI 프로젝트를 실제로 진행할 때의 일반적인 단계를 알아보겠습니다. 처음 현황을 진단하는 것에서부터 개선안을 설계하고, 변화된 프로세스를 정착시키기까지 PI의 주요 절차와 접근 방법을 단계별로 살펴보죠.
해시태그: #프로세스혁신 #BPR #6시그마 #Lean #디지털혁신 #RPA #AI #업무자동화 #경영혁신 #ContinuousImprovement
추천 참고 자료:
- Harvard Business Review - How AI Is Helping Companies Redesign Processes
- Red Hat -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란? 개념 및 사례
- 기술기술 블로그 - PI와 BPR의 개념 및 차이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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